‘환상통’,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물리적으로는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신체의 일부가 절단된 후 잃은 부위에 가려움이나 통증을 느끼는 이들을 지칭하는 의학용어다. 또한 이것은 1992년생 작가가 문학동네대학소설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스물넷의 이희주 작가는 작가 소개 페이지에서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일에 대해 그가 기록한 이유는, 책 속
어떤 이는 SNS를 이렇게 읽는다. S=시간, N=낭비, S=서비스. 이 말의 원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수장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2011년 5월, 당시 팀의 간판스타였던 웨인 루니는 악플러의 지속적인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루니, 이 돼지. 골프채로 너를 공격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루니는 트위터에 “10초 안에 기절시켜줄 테니 겁쟁이 소리 듣기 싫으면 캐링턴 훈련장으로 당장 나와라. 기다리겠다”는 트윗을 남겼다. 이 글은 순식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루니는 곧장 “하하, 농담이다”라고 수습하
KBS의 ‘겨울연가’ ‘여름향기’, MBC의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까지 ‘심쿵’하게 만들어 한류의 교두보가 된 로맨스 드라마들이다. 이 드라마의 뒤에는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팬엔터테인먼트의 김희열 부사장은 “영화가 감독의 예술,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트렌드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최근 팬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 또 한 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SBS에서 방영 중인 ‘
열두 명의 어벤저스 군단이 돌아왔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는 토르와 헐크를 제외한 마블코믹스의 모든 히어로가 등장한다. 액션의 스케일은 웅장하고, 싸움의 이유 또한 명료해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다. 이에 맞서는 한국 고전 히어로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는 단 한 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알다시피 홍길동이다. 그는 ‘호부호형 트라우마’에 갇혀 ‘다크 히어로(어두운 성격의 영웅)’이 됐다. 미국 대표 히어로즈와 한국 고전 히어로가 맞붙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지만 다윗의 돌팔매도 꽤 매섭다. 할리
‘태양의 후예’는 여러모로 기존의 드라마들이 밟아보지 못한 경지에 오르고 있다. 군인 나오는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군복의 저주’를 풀었고, 다채널 시대에 넘사벽이라 여겨진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사전제작’ 시스템의 성공적 안착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쪽대본’이나 ‘밤샘촬영’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시청률 추이, 여론의 향방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론이 바뀌거나 조기종영되는 일도 빈번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사전제작 시스템, 시즌제 드라마가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요원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벚꽃엔딩’이 드디어 시작됐다.” 지난 3월 12일 토요일 ‘무한도전’(MBC)에서 유재석이 멤버들에게 한 말이다. 봄바람이 불면 주말 예능은 춘궁기를 맞는다. 봄꽃에 눈을 빼앗기고 봄나물에 입맛을 빼앗기는 계절, 시청자는 집에 있기보다는 야외로 나간다. 이를 부추기는 게 ‘벚꽃엔딩’이다. 거리마다 익숙한 어쿠스틱기타의 선율이 울리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마음에 침이 고인다. 처음 발매된 2012년부터 봄을 강타한 이 노래는, ‘봄 캐럴’이라 불리며 5년째 봄맞이 노래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겨울잠을 자다 봄
2016년 3월 1일은 97주년 삼일절이었다. 이 하루 동안 42만명의 관객이 영화 ‘귀향’을 관람했다. 2월 24일 개봉한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이 영화는 이제 기적을 넘어 하나의 기록이 됐다. 2002년 영화가 구상된 시점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귀향’이 걸어온 길을 숫자로 담았다.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속한 국악동아리 ‘바닥소리’는 세상과 동떨어져 잔잔한 일상을 보내던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찾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국악을 좋아했다. 이들에게는
1990년대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배우 박중훈은 이런 말을 했다. “내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적금을 붓는 영화와 그 적금을 깨서 쓰는 영화가 있었다.”‘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투캅스’(1993), ‘게임의 법칙’(1994), ‘인정 사정 볼 것 없다’(1999) 등이 전자였다면 ‘깡패수업’(1996), ‘체인지’(1997), ‘할렐루야’(1997) 등은 그의 이미지를 소비한 영화였다.이 기준으로 본다면 황정민의 ‘검사외전’은 어느 그룹에 속하게 될까. ‘국제시장’의 아버지 덕수,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 ‘히
유승호와 아이유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둘 다 1993년생이다. 둘째, 데뷔 후 오랜 기간 ‘국민남동생’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며 왕좌의 자리에 있었다. 셋째, 2012년 2월 9일 같은 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 후 두 사람 모두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유승호와 아이유의 평행이론[image5]유승호는 만 7세에 영화 ‘집으로’의 남자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인천 출신인 그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일산으로 옮겨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주민들은 그를 ‘일산의 자랑’이라고 불렀다. 스케줄이
쯔위(周子瑜)가 누군데? 이름도 생소한 한 아이돌 멤버의 손끝 하나에 한국과 중국, 대만의 외교 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자신의 출신 국가인 대만 국기를 들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트와이스는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JYP 소속의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다. 한국인 멤버가 5명, 일본인이 3명, 대만인 멤버가 1명으로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다. 언제부터 한국 아이돌에 외국인이 대거 등장했을까. 이들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다 이미 아이돌 멤버의 이름은
지난 11월 12일까지 그는 TV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여섯 번을 볼 수 있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과거 자료 화면으로만 볼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재생되는 영상이 3년 전 ‘힐링캠프’다. 정형돈은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이 앓고 있는 정서적 장애에 대해 짤막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의 불안은 두 가지로 요약됐다. “이 성공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내 삶이 갑자기 끝나면 ‘우리 가족들은 어쩌지’라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꼬리를 무는 불안이 그의 영혼을
1985년 11월 14일의 일이다. 인도양에서 부산항으로 향하던 원양어선 광명 87호는 남중국해상에서 작은 목선 하나를 발견한다. 공산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피플이었다. 당시 광명호를 이끌던 전제용 선장은 고민 끝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뱃머리를 돌려 96명의 난민을 광명호에 태운다. 훗날 전제용 선장은 “누구라도 그들을 보았다면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보트피플의 대표이던 피터 누엔은 이렇게 말했다. “25대의 배가 우리의 SOS를 지나쳐 갔다. 광명호는 26번째 배였다.”스티븐 스필버그가 보트피플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